Memory lane

어머니와 된장국

Wednesdaykid 2009. 7. 22. 03:44


우리 어머닌 2월에 돌아가셨다...
언~ 18년전의 일이다...
요즘 한국여성의 평균수명이 정확히 몇센진 잘 모르겠지만...
의술의 발달과 건강을 의식한 생활습관 덕에 그래도 한 75세 정도는 되지 않을지 싶다...
거기에 비함, 한 20년은 덜 사신 셈이다...

우리엄닌 유독 서구적인 외모의 미인이셨다...
우유빛 피부, natural brunette, 크고 뚜렷한 눈매...
우리집안 내력인지 여동생들 뿐 아니라 고모들 또한 다 그렇게 생기셔서...
함께 찍은 사진 보면 누가 시누고 누가 올켄지 전혀 분간이 안가고...
걍 모두 다 자매들 같이 보일뿐이다...
그래서인지 왠쥐 외모에선 된장관 거리가 먼듯 한 이미지이나...
일일이 모든 장 다 담그시고 김장하시며 사신...
어쩔 수 없는 한국여인이셨다...

내가 한 열살 무렵이덩가?
한 여름에 엄마가 날 장독대로 불렀다...
당시 우리집 장독대는 마당 한켠 창고위의 옥상 장독대였는데...
엄마가 열시미 장독에서 뭔가를 정리하시는 듯 했다...
한여름 고온다습한 일기에 된장에 뭔가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다...
내 기억엔 아마도 곰팡이가 핀 걸 엄마가 걷어내시는 중이였나보다...
어머니의 하얀 이마와 얼굴엔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건 당연했다...
그런데 이내 땀방울들이 한,두 방울씩 똑똑 갈무리해논 된장독으로 떨어지는 거 아닌가?

난 지금도 손맛이란 걸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...
물론 부인하지도 않지만...
식재료를 손으로 주무르는 동안 아무래도 손에서 땀이 식재료에 배이지 않겠는가?
그렇담 결국 손맛=땀맛이란 얘기가아닌가?
적절한 염분과 기타 원소기호들이 혼합된... ㅋㅋㅋ

한번은 Pizzeria 에서 피자를 만드는 사람 (이경우도 chef 라고 해야하나?) 에게 물어봤다...
맨손으로 dough를 반죽하고, 맨손으로 topping 다 얹고 주무르다...
손님이 계산하면 맨손으로 돈받고, 거슬러 주고...
그러고 다시 맨손으로 피자 주므르고...
그럼 되겠냐고?
걱정 붙들어 매란다...
오븐안의 온도가 2000 도 랜다... (물론 화씨겠지...)
지구상의 생명체람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단다... 허허...
해서 피자에 대해선 안심했다...

하지만 울엄마의 땀방울이 들어간 된장에 대핸 적절한 excuse 가 궁했다...
근데 어린나이에도 난 나름의 justification이 떠올랐으니...
"우리엄마 땀방울인데 어때~?"
"어차피 난 엄마 뱃속에서 나왔는데..."
"그땀이 바로 내 땀인데 모~"

오늘 가튼 날은 사실은 수제비가 땡기는 날이다...
하지만 왠쥐 오늘은...
울엄마의 땀방울이 다량 함유된 된장국이 먹고싶다...

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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